“품다, 안녕!”
문을 밀고 들어서는 낮은 인사가 밤사이 침묵을 깬다. 그녀의 등장에 ‘품다’는 반강제적으로 아침을 맞고 간밤의 고요를 털어낸다. 양쪽 문이 열린 틈으로 맞바람을 들이며 공기를 바꿀 무렵, 문에 걸친 거미줄을 걷어낸다. ‘품다’에 출근하면 매일같이 하는 그녀의 의식 같은 거다.
모두 잠든 사이, 문과 문을 오가며 얽은 노동의 경지는 경이로울 정도다. 같은 녀석은 아니겠지만 날마다 크고 작은 거미줄로 예술을 남긴다. 고뇌의 흔적이랄까.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녀가는 밤손님을 보며 그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을까 안쓰러우면서도, ‘산 입에 거미줄치랴’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아간다. 알면서도 손으로 휘휘 저어 거미줄을 걷어내고는 괜시리 미안해지는 이유랄까. 부지런한 그네들을 닮고만 싶다.
생존을 위한 선택, 누군가는 먹이를 잡기 위해 펼쳐놓은 수단이라고 치부할지도 모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매일 밤 새벽을 오간 노고로 그물에 걸린 벌레 한두 마리 잡아먹을 수도 있겠지만, 치워도 치워도 다시 들어서는 거미줄을 보며, 어느 날은 주인 허락도 받지 않고 출입문을 강제 점거한 거미줄이 오히려 ‘품다’의 수문장 같다는 생각이 스친다. 나일론보다 강한, 가늘고 질긴 거미줄이 마치 탄탄하게 ‘품다’를 보호하고 있었던 것 마냥.
무언가를 품는다는 것은 그렇게 끈적거리고 강력하다. 때로는 귀찮고 누군가에게는 하찮은 것이 되기 일쑤지만 ‘나 지금 여기 있어!’라고 내 존재를 증명하는 듯하다.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삶에서 길을 잃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천 갈래 만 갈래 흩어진 길에서 마음은 어지럽다. 저마다 쉬지 않고 마음에 거미줄을 친다. 거부로 수많은 거미줄을 치는 사람들을 봐왔다. 단절이 익숙한 사람들이 어떻게 거미줄 속에 갇히는지도 안다.
허둥지둥 빠져나오려 해도 방황하던 시간이 좀처럼 길을 찾지 못할 때 길을 끊어내고 되돌아가려는 시도가 무색해질 때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알겠지. 자기만의 거미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거미줄을 끊어낼 용기가, 때로는 끈끈하게 나를 붙잡아줬으면 하는 사람들에게 그 거미줄처럼 단단하게 잡아줄 그 무엇이 필요하다. 그래서 조급한 마음으로 달려오는 이, 설레는 마음으로 운명을 마주하고 싶은 이, 기나긴 삶을 되돌아보고 보듬고 싶은 이를 마주하는 곳이 ‘품다’다.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당신의 모든 것을 품다
‘품다’는 충남교육청과 충남경찰청이 시선에 닿을 만큼 가까운 내포의 한 가운데 위치한다. 시인의 환대를 담아, 찾는 이들에게, ‘품다’의 문턱을 넘는 이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품는다. 마음을 품고 글로 품는다. 그렇게 그녀는 ‘품다’에서 마음을 어루만지고 기록한다.
그녀가 보내는 가장 큰 환대는 당신의 모든 것을 품는 것이다. 그리움, 아픔과 슬픔, 절망과 분노, 감동과 무력감, 지난 성취와 과오, 오늘의 일상, 꿈과 비전도 모두 품는다. 침묵하고 있던 공간을 깨우듯, 마주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스토리를 실타래처럼 풀어낸다. 감정의 물꼬를 트고 창고를 열어서 기억을 불러오고 돌아보게 되는 곳, ‘품다’에서는 균형 있게 나를 돌아보고 자기돌봄을 이루는 첫걸음이 시작된다. 바로 ‘나를 품다’이다.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만큼이나 관대한 사람도 많지만, 정작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녀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녀는 이 말을 참 좋아한다. 로버트 카파의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가까이 다가서지 않아서다’, 나태주 시인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는 시 구절만큼이나 글쓰기 수업에서 빠지지 않고 하는 말이다. 자신을 직면하는 것은 어쩌면 두렵다. 그러나 회피하기 시작하면 제대로 볼 기회를 놓치고 방관자가 되어 제3자처럼 살아간다. 표면적으로 나를 아는 일을 넘어서, 정말로 허리 구부려 발끝 가까이 다가갔을 때만 발견할 수 있는 나를 만나는 일을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권한다. 전격해체, 그것이 설사 고통스러울지라도!
그 어떤 희열도 아픔도 옹졸함도 비겁함도 부끄러움도 부러움도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결이다. 하여 손대어 까칠함을 마주할 일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던 나를, 오래된 자신을 품어볼 일이다.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천 갈래 만 갈래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나를 돌보는 일은 곧 나의 우주를 돌보는 일이다.
바다가 있는 한 밀물과 썰물은 자연스럽다. 평온하게 나를 마주하는 일은 파도가 지난 뒤에야 가능하다. 요동치던 것들이 잔잔해질 때, 청정한 바다에서 우리는 치유를 경험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나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모두 떠나고 그 바다에 남은 자만이 알 수 있다. 자연이 숨기지도 않고 알려주는 것들, 알아차리고, 긍정의 언어로, 새로움의 언어로 나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시간을 ‘품다’에서 경험한다.
수없이 많은 거미줄을 치고 걷어내며, 내 마음이 만드는 집, 내 마음이 머무는 집, 내 마음을 담는 집. 그런 ‘나’를 건강하게 품자. 때로는 서로의 발목을 잡고 더러는 서로의 디딤돌이 되어주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품다’는 ‘당신과의 만남을 감사하게, 당신과의 시간을 소중하게, 당신과의 인연을 아름답게’ 지켜간다. 무엇보다 당신 스스로 당신과의 만남을 제대로 시작하길 바라며.



당신과의 만남을 감사하게
당신과의 시간을 소중하게
당신과의 인연을 아름답게
- 자기돌봄연구소 아카이브 품다(PUMDA)
구나경
마음을 어루만지고 기록하는 자기돌봄 리더 GURU. 홍성군 내포신도시에서 ‘당신의 모든 것을 품다’를 모토로 ㈜자기돌봄연구소 아카이브 ‘품다’를 운영하고 있다. 타로점성학 기반 네이탈차트 별별 상담과 자기돌봄 글쓰기를 통해 나를 품도록 돕는다. 특히 자서전 출간을 통해 자기 역사를 기록하고 웰빙과 웰다잉의 시간을 선물하고 있다.
시리즈 소개
지역에서 나와 타인, 자연을 품으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자기돌봄연구소아카이브 ‘품다’ 운영 철학과 전쟁을 피해 한국을 찾은 이주민의 이야기, 텃밭에서 농사 지으며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필자는 균형 있게 나를 돌아보는 자기돌봄에서 타자를 품을 수 있는 첫걸음이 시작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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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기]나를 품다 : 자기돌봄연구소 아카이브 품다(PUMDA)
“품다, 안녕!”
문을 밀고 들어서는 낮은 인사가 밤사이 침묵을 깬다. 그녀의 등장에 ‘품다’는 반강제적으로 아침을 맞고 간밤의 고요를 털어낸다. 양쪽 문이 열린 틈으로 맞바람을 들이며 공기를 바꿀 무렵, 문에 걸친 거미줄을 걷어낸다. ‘품다’에 출근하면 매일같이 하는 그녀의 의식 같은 거다.
모두 잠든 사이, 문과 문을 오가며 얽은 노동의 경지는 경이로울 정도다. 같은 녀석은 아니겠지만 날마다 크고 작은 거미줄로 예술을 남긴다. 고뇌의 흔적이랄까.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녀가는 밤손님을 보며 그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을까 안쓰러우면서도, ‘산 입에 거미줄치랴’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아간다. 알면서도 손으로 휘휘 저어 거미줄을 걷어내고는 괜시리 미안해지는 이유랄까. 부지런한 그네들을 닮고만 싶다.
생존을 위한 선택, 누군가는 먹이를 잡기 위해 펼쳐놓은 수단이라고 치부할지도 모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매일 밤 새벽을 오간 노고로 그물에 걸린 벌레 한두 마리 잡아먹을 수도 있겠지만, 치워도 치워도 다시 들어서는 거미줄을 보며, 어느 날은 주인 허락도 받지 않고 출입문을 강제 점거한 거미줄이 오히려 ‘품다’의 수문장 같다는 생각이 스친다. 나일론보다 강한, 가늘고 질긴 거미줄이 마치 탄탄하게 ‘품다’를 보호하고 있었던 것 마냥.
무언가를 품는다는 것은 그렇게 끈적거리고 강력하다. 때로는 귀찮고 누군가에게는 하찮은 것이 되기 일쑤지만 ‘나 지금 여기 있어!’라고 내 존재를 증명하는 듯하다.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삶에서 길을 잃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천 갈래 만 갈래 흩어진 길에서 마음은 어지럽다. 저마다 쉬지 않고 마음에 거미줄을 친다. 거부로 수많은 거미줄을 치는 사람들을 봐왔다. 단절이 익숙한 사람들이 어떻게 거미줄 속에 갇히는지도 안다.
허둥지둥 빠져나오려 해도 방황하던 시간이 좀처럼 길을 찾지 못할 때 길을 끊어내고 되돌아가려는 시도가 무색해질 때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알겠지. 자기만의 거미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거미줄을 끊어낼 용기가, 때로는 끈끈하게 나를 붙잡아줬으면 하는 사람들에게 그 거미줄처럼 단단하게 잡아줄 그 무엇이 필요하다. 그래서 조급한 마음으로 달려오는 이, 설레는 마음으로 운명을 마주하고 싶은 이, 기나긴 삶을 되돌아보고 보듬고 싶은 이를 마주하는 곳이 ‘품다’다.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당신의 모든 것을 품다
‘품다’는 충남교육청과 충남경찰청이 시선에 닿을 만큼 가까운 내포의 한 가운데 위치한다. 시인의 환대를 담아, 찾는 이들에게, ‘품다’의 문턱을 넘는 이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품는다. 마음을 품고 글로 품는다. 그렇게 그녀는 ‘품다’에서 마음을 어루만지고 기록한다.
그녀가 보내는 가장 큰 환대는 당신의 모든 것을 품는 것이다. 그리움, 아픔과 슬픔, 절망과 분노, 감동과 무력감, 지난 성취와 과오, 오늘의 일상, 꿈과 비전도 모두 품는다. 침묵하고 있던 공간을 깨우듯, 마주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스토리를 실타래처럼 풀어낸다. 감정의 물꼬를 트고 창고를 열어서 기억을 불러오고 돌아보게 되는 곳, ‘품다’에서는 균형 있게 나를 돌아보고 자기돌봄을 이루는 첫걸음이 시작된다. 바로 ‘나를 품다’이다.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만큼이나 관대한 사람도 많지만, 정작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녀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녀는 이 말을 참 좋아한다. 로버트 카파의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가까이 다가서지 않아서다’, 나태주 시인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는 시 구절만큼이나 글쓰기 수업에서 빠지지 않고 하는 말이다. 자신을 직면하는 것은 어쩌면 두렵다. 그러나 회피하기 시작하면 제대로 볼 기회를 놓치고 방관자가 되어 제3자처럼 살아간다. 표면적으로 나를 아는 일을 넘어서, 정말로 허리 구부려 발끝 가까이 다가갔을 때만 발견할 수 있는 나를 만나는 일을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권한다. 전격해체, 그것이 설사 고통스러울지라도!
그 어떤 희열도 아픔도 옹졸함도 비겁함도 부끄러움도 부러움도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결이다. 하여 손대어 까칠함을 마주할 일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던 나를, 오래된 자신을 품어볼 일이다.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천 갈래 만 갈래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나를 돌보는 일은 곧 나의 우주를 돌보는 일이다.
바다가 있는 한 밀물과 썰물은 자연스럽다. 평온하게 나를 마주하는 일은 파도가 지난 뒤에야 가능하다. 요동치던 것들이 잔잔해질 때, 청정한 바다에서 우리는 치유를 경험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나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모두 떠나고 그 바다에 남은 자만이 알 수 있다. 자연이 숨기지도 않고 알려주는 것들, 알아차리고, 긍정의 언어로, 새로움의 언어로 나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시간을 ‘품다’에서 경험한다.
수없이 많은 거미줄을 치고 걷어내며, 내 마음이 만드는 집, 내 마음이 머무는 집, 내 마음을 담는 집. 그런 ‘나’를 건강하게 품자. 때로는 서로의 발목을 잡고 더러는 서로의 디딤돌이 되어주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품다’는 ‘당신과의 만남을 감사하게, 당신과의 시간을 소중하게, 당신과의 인연을 아름답게’ 지켜간다. 무엇보다 당신 스스로 당신과의 만남을 제대로 시작하길 바라며.
당신과의 만남을 감사하게
당신과의 시간을 소중하게
당신과의 인연을 아름답게
- 자기돌봄연구소 아카이브 품다(PUMDA)
구나경
마음을 어루만지고 기록하는 자기돌봄 리더 GURU. 홍성군 내포신도시에서 ‘당신의 모든 것을 품다’를 모토로 ㈜자기돌봄연구소 아카이브 ‘품다’를 운영하고 있다. 타로점성학 기반 네이탈차트 별별 상담과 자기돌봄 글쓰기를 통해 나를 품도록 돕는다. 특히 자서전 출간을 통해 자기 역사를 기록하고 웰빙과 웰다잉의 시간을 선물하고 있다.
시리즈 소개
지역에서 나와 타인, 자연을 품으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자기돌봄연구소아카이브 ‘품다’ 운영 철학과 전쟁을 피해 한국을 찾은 이주민의 이야기, 텃밭에서 농사 지으며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필자는 균형 있게 나를 돌아보는 자기돌봄에서 타자를 품을 수 있는 첫걸음이 시작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